[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개인의 자유 행사, 규범 속에서 이뤄져야 하나 여전히 인식 부족
克己復禮 없는 권력 엘리트… 부패할 수밖에 없어"
최근 '김우창 전집' 19권 완간
김우창(80) 고려대 영문과 명예교수가 최근
'김우창 전집'(전 19권·민음사)을 완간했다. 지난 50년 동안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문학과 예술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까지 두루 다룬 비평과 산문, 대담을 모두 모았다.
200자 원고지로 6만5000 장에 이른다.
그러나 김 교수는 여전히 집필 중이다. 올해 초 발표한 평론 '떠돌이의 귀향: 미당 서정주의 시'(200자 원고지
500장)는 이번 전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김 교수는 서울 안국동의 네이버 문화재단에 마련된 사무실에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출근해 글을 쓰거나 사람들을 만난다.
―선생님은 지금껏 지식인으로서 현실 발언도 많이 하셨는데, 최근 최순실 게이트를
어떻게 보셨나.
"이런 일은 처음 본다. 공적 질서를 최고 지위에서 맡고 있는 분이 이상한
일에 휘말려 들었다. (대통령이) 직책 범위 안에서 행동해야 하는데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정부가 '문화 콘텐츠'로 장사를 하려고 했지,
문화가 사람됨에 기여하도록 하지 않았다. 본말이 전도됐다. 그러니 문화를 이용해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나왔다."
김우창 교수는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시의 본래적 기능을 회복한 것”이라며 “자기에게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상훈 기자
―'봉건시대에나 일어날 일'이라고들 하는데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한국적 전(前)근대성에서
찾아야 하나.
"개인이 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하더라도 한국어 문법에 맞아야 하듯이, 자유 행사는 규범과 질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진정하게 규범과 질서 속에 사는 게 자기 인생에
충실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전통에서도, 현대에서도 자유와 규범 사이에
깊은 연결이 있다는 인식이 약하다."
―불평등 문제와 관련해서 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여전히 제기된다.
"정의와 관련된 평등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너만 잘났냐,
나도 잘났다'는 인정 투쟁과 '너만 부자냐,
나도 다오' 하는 분배 요구는 부정적 평등 의식이다. 그러나 '모두 귀한 존재니까 나도 존중되고 너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긍정적 평등도 있다.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나 자신의 인간성에 충실한 것'이란 긍정의 변증법이 우리 사회에서 작동해야 한다."
―최근 권력 엘리트와 전문가 집단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게 드러났다.
"극기복례(克己復禮), 그런 것이
다 사라져서 그렇다. 자기를 낮추는 것이 타인 존중의 출발점이다. 거대한
우주에서 사람은 다 낮은 존재다. 진정한 자기 인식은 저절로 자기를 낮춘다. 교육 현장에서 인문 교양의 핵심인 고전 공부가 아쉽다."
―선생님은 작가와 비평가를 도둑과 탐정에 비유한 적이 있다. 탐정이 도둑을 예방하지
못하지만 도둑의 출입 경로를 추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평가와 비슷하다고 했다.
"썩 좋은 비유는 아니다(웃음). 작가는 언어를 통해 현실에 가까이 가려 하는데, 그걸 풀어내는 게 비평가의 몫이다.
작가가 반드시 합리적이고 이성적 인간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비평가는 작가가 보여주려
한 현실을 논리적 담론으로 해석해야 한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시인 정지용과 소설가 염상섭을 가장 주목한다고 했다.
"두 사람 다 민족 지도자가 되려는 욕심이 없었고, 현실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인간 심성과 현실을 본 대로 충실하게 그리려 했지, 남이 본 것을 비판하지 않았다. 자기 내면에 충실했기 때문에 그 뒤에 큰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이런 역설이 예술이다. 사회도 그러해야 한다."
―문학과 예술이 왜 소중한가.
"사람들이 자유로운 개체이면서 공동체의 규범에 들어가도록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름다움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아름답게 절하는 자세는 누구나 다 좋아한다."
조선일보 & Chosun.com
Email from Kyung Soo Han
―선생님은 지금껏 지식인으로서 현실 발언도 많이 하셨는데, 최근 최순실 게이트를 어떻게 보셨나.
"이런 일은 처음 본다. 공적 질서를 최고 지위에서 맡고 있는 분이 이상한 일에 휘말려 들었다. (대통령이) 직책 범위 안에서 행동해야 하는데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정부가 '문화 콘텐츠'로 장사를 하려고 했지, 문화가 사람됨에 기여하도록 하지 않았다. 본말이 전도됐다. 그러니 문화를 이용해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나왔다."
"개인이 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하더라도 한국어 문법에 맞아야 하듯이, 자유 행사는 규범과 질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진정하게 규범과 질서 속에 사는 게 자기 인생에 충실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전통에서도, 현대에서도 자유와 규범 사이에 깊은 연결이 있다는 인식이 약하다."
―불평등 문제와 관련해서 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여전히 제기된다.
"정의와 관련된 평등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너만 잘났냐, 나도 잘났다'는 인정 투쟁과 '너만 부자냐, 나도 다오' 하는 분배 요구는 부정적 평등 의식이다. 그러나 '모두 귀한 존재니까 나도 존중되고 너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긍정적 평등도 있다.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나 자신의 인간성에 충실한 것'이란 긍정의 변증법이 우리 사회에서 작동해야 한다."
―최근 권력 엘리트와 전문가 집단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게 드러났다.
"극기복례(克己復禮), 그런 것이 다 사라져서 그렇다. 자기를 낮추는 것이 타인 존중의 출발점이다. 거대한 우주에서 사람은 다 낮은 존재다. 진정한 자기 인식은 저절로 자기를 낮춘다. 교육 현장에서 인문 교양의 핵심인 고전 공부가 아쉽다."
―선생님은 작가와 비평가를 도둑과 탐정에 비유한 적이 있다. 탐정이 도둑을 예방하지 못하지만 도둑의 출입 경로를 추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평가와 비슷하다고 했다.
"썩 좋은 비유는 아니다(웃음). 작가는 언어를 통해 현실에 가까이 가려 하는데, 그걸 풀어내는 게 비평가의 몫이다. 작가가 반드시 합리적이고 이성적 인간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비평가는 작가가 보여주려 한 현실을 논리적 담론으로 해석해야 한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시인 정지용과 소설가 염상섭을 가장 주목한다고 했다.
"두 사람 다 민족 지도자가 되려는 욕심이 없었고, 현실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인간 심성과 현실을 본 대로 충실하게 그리려 했지, 남이 본 것을 비판하지 않았다. 자기 내면에 충실했기 때문에 그 뒤에 큰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이런 역설이 예술이다. 사회도 그러해야 한다."
―문학과 예술이 왜 소중한가.
"사람들이 자유로운 개체이면서 공동체의 규범에 들어가도록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름다움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아름답게 절하는 자세는 누구나 다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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