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1, 2016

말과 글을 빼앗긴 정통우파 (Orthodox Conservatives Who Are Deprived of Speech and Writing

말과 글을 빼앗긴 정통우파

  [정통우파는 ‘정통, 민주, 통일, 자주, 평화, 복지, 인권’ 등 말과 글을 빼앗겼기 때문에 요순 정치를 베풀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
최성재
  

  정통성은 권력의 시녀가 아니고, 정당성은 법률의 몸종이 아니다. 무불소위(無不所爲)의 권력도 삐죽거리는 뭇 입을 미소 띤 입으로 만들지 못하면 깡패의 폭력으로 전락하고, 하늘을 대신하는 법률도 쌍심지 키는 도끼눈을 미소 짓는 누에눈(蛾眉)으로 바꾸지 못하면 악마의 변덕으로 전락한다. 
 
   진시황과 수양제는 각각 500, 400년 계속된 중원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통일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둘 다 단명으로 그치고 말았다. 반면에 그 뒤를 이은 한고조 유방과 당태종 이세민은 400, 300년 왕조의 기초를 닦아 강한성당(强漢盛唐)으로 중국인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 잡아, 13억 중국인은 그것을 2008년 북경올림픽의 주제로 삼았다. 
   
   그들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공자와 맹자가 주나라의 주인공 주공(周公)의 선례에서 끌어낸 천명(天命) 사상을 빌어, 유방과 이세민이 무불소위의 무력(武力)을 정당화한 것이다. 하늘의 명을 받들어 어지러운 천하를 바로잡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은 하늘의 대리자 곧 천자(天子)라고 주장한 것이다. 무력에 이어 말과 글을 장악했던 것이다. 그들의 후손 중에는 선정(善政)을 베풀지 못한 자들도 적지 않았지만, 한족(漢族) 왕조로서 가장 오래 버틴 것은 그들이 평화 시에는 칼보다 강력한 붓마저 장악한 덕분이었다. 진시황과 수양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호모 사피엔스든지 파리처럼 죽일 수 있는 권력과 모기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할 법망(法網), 이 둘만 있으면 자손만대에 왕조가 계속되리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들의 통일 왕국은 고작 한 세대 만에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말과 글을 선점하지 못하면, 권력자가 아무리 선정을 베풀어도 소용없다. 국민의 배를 부르게 하고 배꼽 아래도 덩달아 힘이 용솟음치게 만들어도, 말과 글을 장악하지 못한 권력자는 술자리의 안주가 되고, 방송의 희극 소재가 되고, 신문의 만평 주인공이 되고, 길거리로 나선 유모차의 퇴출 대상 1호가 된다. 
 
   말과 글을 장악하면, 독재자도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받아 거대한 자석처럼 지구 끝에서도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과학기술 덕분에 20세기의 독재자들은 안방과 화장실까지 파고드는 방송과 신문과 휴대폰이라는 매체를 장악하여 말과 글을 완벽하게 조종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그들은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 무한 반복으로 인간의 기억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세뇌작업은 희대의 독재자 스탈린과 히틀러가 서로를 원수로 삼으면서 대대적으로 자행했다. 그들은 각각 말과 글을 마르크스와 니체에게서 빌렸다. 2천 년 서구 사회에서 말과 글의 주인공으로 군림했던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마르크스와 니체를 부활시킨 것이다. 보편적 사랑이 아니라 부자에 대한 증오와 약자에 대한 경멸을 바탕으로 삼은 마르크스와 니체의 나름대로 논리정연한 말과 글은 배운 자들일수록 빠져들기 쉬웠다. 
 
   마르크스는, 2천 년간 동양에서 말과 글의 주인공이었던 공자도 물리쳤다. 중국과 북한과 베트남에서 일어난 공산혁명이다. 그것은 지금도 계속된다. 중국과 베트남은 1980년대부터 마르크스는 그대로 두고 아담 스미스를 조건부로 초빙하여 밑바닥 사회가 상당히 변했지만, 북한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더 악화되었다. ? 통일은 북한의 수령이 마음먹기니까! 한국의 비호세력이 그들에게 가장 큰 물심양면의 우군이다. 한국의 수구좌파는 말과 글로써 20세기의 세계적 기적, 한국을 난도질하여 대중매체만이 아니라 교과서마저 접수했다. 
 
   1980년대에 북한의 대남공작부가 내려 보낸 말과 글이 한국의 대학과 재야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수신되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먼저 ‘통일’을 외쳤다. 후에 ‘통일의 꽃’을 북한으로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그녀가 한국의 국회의원으로서 눈가를 촉촉이 적신다! 그때까지 한국의 역대 정권은 반공을 국시로 삼았는데, 그것은 정통성의 무덤에 회칠하려는 분단고착의 거대한 음모라고 몰아세웠다. 민족을 우선하고 전쟁을 획책하는 외세를 배격한 자주평화통일을 외치며, 여차하면 그들은 분신자살을 감행했다. 건국세력과 근대화세력은 모조리 독재자로 매도되었다. 모든 잘못과 모순은 대한민국의 역대 정권과 미국에게 돌렸다. 북한과 소련과 중공의 독재자는 슬그머니 면죄부를 받고 은연중에 흠모의 대상이 되었다. 이영희와 백낙청과 조정래는 간첩 3만 명도 못다 세울 공을 세우고 한국 지식인의 우상이 되었다. 
 
   해방 당시 한반도의 산업시설과 지하자원 중 90%를 보유하여, 한국은 헤비급과 밴텀급처럼 아예 상대도 안 되었고 패전한 서독이나 일본보다 북한이 유리했지만, 김일성과 김정일의 극악한 독재로 아프리카의 최빈국보다 못 살게 되고 모택동의 중국보다 살벌해졌음에도, ‘지상낙원(생지옥)’은 일체의 비판에서 자유로워졌다. 1980년대부터 북한을 비판하는 자는 냉전주의자로 수구꼴통으로 매도되었다. 여차하면 민족반역자로 여론재판(인민재판)을 받을 판이었다. 1인당 소득 2만 불에 인구 5천만이라는 ‘2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하는 상상초월 기적을 일으켰지만, 한국의 정통우파는 말과 글을 빼앗기면서 한갓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대를 이은 두 독재자의 뜻을 받들어 북한의 대남공작부서들은 한국의 수구좌파에게 말과 글을 저작권료 한 푼 없이, 때로는 달러까지 두둑이 곁들어 한국에 점 조직으로 널리 퍼뜨리는 데 성공했다. 자생 주사파(김일성교도)가 부나비처럼 끌려들어 거대한 인간방패를 형성하여 북한의 독재를 비판하고 북한의 인권유린을 고발할 틈을 아예 안 주었던 것이다. 
 
   민주화에 김대중과 김영삼보다 혁혁한 공을 세운 노태우도, 그가 앞장서서 제정한 헌법은 아직까지 통용되지만, 말과 글을 잃었기 때문에 군부독재의 낙인이 찍혔다. 심지어 그는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한 가닥 자존심마저 지킬 수 없는 신세다. 김대중과 김영삼과 노무현은 말과 글을 장악했기 때문에 그들의 것도 캐고 들면 전두환과 노태우 못지않은 불법정치자금을 조성하여 착복했다는 것이 발각되겠지만, 민주와 통일과 민족이라는 명분을, 말과 글을 장악했기 때문에 도마뱀 꼬리 자르기로 얼렁뚱땅 넘어갔다. 
 
   한나라당이었든 새누리당이든 그들도 말과 글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에서 ‘무상복지’ 하면, 수구좌파는 즉각 ‘전면 무상복지!’를 복창하고, 새누리당은 깜짝 놀라 ‘무상복지 플러스 원!’을 외친다. 북한에서 ‘재벌 타도’ 하면, 수구좌파는 즉각 ‘재벌 해체!’를 복창하고 새누리당은 깜짝 놀라 ‘경제 민주화! 중소기업 만세! 비정규직 완전고용!’을 외친다. 도무지 앞장서는 게 없다. 실상 재벌총수보다 막강한 한국의 전투적 귀족집단 노조에 대해서는 우수수 표 떨어질까, 입도 벙긋 못한다. 얼마나 무서우면, 밀실에서도 한 마디 속삭이지 못한다. 줄줄 새는 농촌보조금과 복지예산에 대해서도 한 마디 못한다. 극악한 북한인권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마지못해 흉내만 낸다. 당적만 여당일 뿐、민노당의 전신 민중당의 핵심세력인 반공법 위반자 이재오 따위가 전향 의사를 공개적으로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도 2인자로 승승장구했고 지금도 여차하면 자전거 타고 다니며 서민인 척하면서 당 안팎에서 말과 글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 마디 논리적 대응도 못한다. 도대체 뭘 모르기 때문이다. 출세밖에 모르는 일류대 출신만이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친북좌파의 고졸 1명이 색깔공세하지 말라고 도끼눈을 부라리면, 수백 명 새누리당 서울대 출신이 일제히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행여 꿀이 입에서 빠져 나갈까, 만면에 비굴한 웃음을 짓는다. 부처보다 인자한 웃음을 짓는다. 
 
   우파의 대변지라는 조선과 동아라고 해 봐야 별 수 없다. 크게 불거졌을 때만 잠시 호들갑을 떨 뿐이다. 변함없이 이승만은 친일파고 박정희는 개발독재자고 전두환은 민중학살자이다. 친북좌파와 하등 다를 게 없는 ‘진리’ 명제다. 평양의 방송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선전’이다. 종북좌파의 국회 진출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와중에도 독재자 김일성은 여전히 김일성 전 주석이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다. 말과 글을 여전히 빼앗기고 있다는 확실한 반증이다. 태풍이 지나가면 곧 저들에게 접수된다는 말이다. 
 
   말과 글을 빼앗아오지 못하면, 새누리당이 설령 집권하더라도 김영삼 정부나 이명박 정부나 하등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2012.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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