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남의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하늘 푸른들이 맞붙은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담은 하늘아 ,들아 ,
내 맘에는 나혼자 온것 같지를 않구나 !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귀에 속삭이며,
한자국도 섯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너머 아씨 같이 구름뒤에서 웃네.
고맙게 잘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젓 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 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
조차 빼앗기겠네.
Poem written by Lee Sang Hwa (1901 - 1943)
Email from Yung Duk Kim
No comments:
Post a Comment